아주 오래전, 바다와 육지가 나뉘고 그 위에 여러 왕국들이 꽃피우던 시절이 있었다. 각 왕국은 저마다의 전통과 문화, 언어를 간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면서도 끊임없이 교류하고 공존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러한 왕국들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고, 마침내 대륙의 일부를 삼키듯이 찾아온 ‘빛바랜 시대’가 찾아왔다. 이 빛바랜 시대에는 기술과 예술이 유례없는 발전을 이뤘지만, 그와 동시에 극도로 쇠락한 도시들과 버려진 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곳을 ‘고요한 바다’라 부르게 되었다.
그 ‘고요한 바다’는 실제로 물이 넘실대는 바다가 아니라, 끝없는 사막과 한때 매우 번영했던 문명의 잔해가 함께 펼쳐진 일종의 ‘잃어버린 대륙’에 가까웠다. 이 사막 같은 곳이 ‘바다’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원래 대지 아래에 드넓은 지하수가 존재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사막 깊숙이 내려가면 여전히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감돌았고, 과거의 호화로운 도시가 지하수로부터 풍요를 누렸다는 전설이 전해졌다.
그 시대의 학자들과 예술가들은 사라진 왕국들의 유적을 탐방하며, 그곳에서 발견되는 부서진 탑과 무너진 신전, 그리고 바람에 깎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가 된 비석들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비록 세상은 훨씬 더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지만, 고대 왕국의 유산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심만큼은 전혀 퇴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요한 바다는 낮과 밤이 극명하게 다르다. 낮에는 하늘을 향해 뻗은 기둥들, 그리고 사막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돌기둥들 사이로 모래바람이 지나다닌다. 태양빛이 몹시 강렬해, 사람들은 긴 망토와 두꺼운 모자, 그리고 얼굴을 가리는 천을 준비하지 않으면 바로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있었다. 반면 밤이 되면 기온이 크게 떨어져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낮과는 전혀 다른 고요함과 냉기가 세상을 덮어 버린다.
한편, 사막 사이사이에 위치한 오아시스 마을들은 이런 급격한 온도차와 거센 바람에 적응하여 독특한 방어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두터운 벽돌로 지은 담장이 사방을 둘러싸며, 외벽 곳곳에는 작은 환기구가 뚫려 있어 바람이 인위적으로 조절된다. 중심부에는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대규모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과거 빛바랜 시대에 엄청난 축복으로 여겨졌을 만큼, 지하수맥과 직결되어 현재도 오아시스 마을의 생명줄 역할을 맡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주로 농사나 목축이 아닌, 광물 채굴과 유적 발굴에 생계를 의존한다. 사막 속에서 특정 구역을 정해 체계적으로 발굴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는 작은 오아시스 마을의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물론 발굴에서 나오는 고대 유물은 결코 많지 않지만, 운이 좋으면 학계에서 상당한 가치를 인정하는 희귀한 골동품이나 돌 조각, 심지어 고대 문자로 새겨진 금속판을 발견하기도 한다.
고요한 바다 한편에는 오래전 풍요로운 문명이 꽃피웠다는 설이 전해진다. 과거 이곳에는 지하수로 가득 찬 협곡이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신전을 비롯한 초대형 건축물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허나 어느 순간 인근 화산 폭발이나 대지진으로 인해 지형이 크게 변화하면서, 지하수면이 낮아지고 강력한 모래바람이 도시를 덮쳐 거의 전부를 매몰시켰다.
지하 궁전은 아직도 이 거대한 사막 어디에선가 잠들어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그곳은 수많은 보석과 금은보화뿐 아니라, 현재도 풀리지 않는 기술적 수수께끼가 숱하게 감춰져 있다고 한다. 예컨대 어떠한 기계장치로 인해 빛과 물을 자유롭게 다루었던 흔적이라든가, 특별한 광물을 이용해 엄청난 빛 에너지를 발생시켰다는 기록 등이 대표적이다.
지하 궁전을 찾기 위해 탐험가들은 고성능 스캔 장비와 드론, 그리고 위성 사진을 동원한다. 하지만 수천 년이 흐른 탓에 지층은 몇 번이고 바뀌었고, 더욱이 모래폭풍으로 인해 표면 지형이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그 위치를 정확히 짚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지하 궁전에서는 사람을 홀리는 신비로운 목소리와 환영이 나타난다고도 한다.
이러한 전설이 퍼지다 보니, 과학적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마치 사실처럼 전해지기도 했다. 예컨대 “궁전에 들어가면 시공간이 왜곡되어 몇 시간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밖으로 나와 보니 이미 수개월이 지났더라” 같은 이야기들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대개 대중을 현혹하는 낭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만큼 이 지하 궁전이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동시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빛바랜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술과 문화가 동시에 최고조로 발전했던 시기이자, 여러 왕국이 가장 극심한 투쟁과 혼란을 겪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발명된 기계들과 무기, 그리고 예술품들은 훗날 인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특히 ‘빛을 에너지로 바꿔 사용하는 장치’가 발굴되었을 때, 그 파급효과는 상당히 컸다. 이 장치는 태양광을 집중시켜 강력한 열이나 빛을 발생시키는 일종의 고대 태양열 발전기 같은 것이었다. 현대의 과학자들이 이를 연구한 결과, 당대인들은 광학적 반사판과 특수 광물로 만든 결정을 결합해 큰 에너지를 얻어내고, 그 에너지를 건축물 조명이나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유산은 음악적 부분이다. 빛바랜 시대의 몇몇 유적에는 이상한 음계가 새겨져 있는 돌비석들이 발견되었는데, 학자들은 이를 ‘사막음계’라고 부른다. 돌비석의 표면에는 결이 독특한 금속선이 부착되어 있으며, 어떤 특정 각도에서 바람이 불면 음계가 울려 퍼진다고 한다. 아직도 이 돌비석들이 얼마나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음계가 어떤 식으로 사용되었는지는 명확히 해석되지 않았다.
고요한 바다에는 특정 종교나 목적을 갖고 순례를 떠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오아시스 마을과 유적지 사이를 무리지어 다니면서, 모래 위에 자신들만의 경로와 흔적을 남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대신을 숭배하거나, 빛바랜 시대의 영광이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오랜 시간을 떠돌아다닌다.
한편으로는, 더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상인과 모험가들도 있다. 이들은 거친 사막 환경에 적합한 튼튼한 수레나 개조된 차량에 물자와 장비, 때론 희귀한 동물을 싣고 서로 다른 마을 간을 오가며 교역을 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무언가를 교환하기 위해 작은 집단들이 모여 장터를 열기도 하는데,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서 반짝이는 램프 불빛과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 사막 장터에서는 고대 유적에서 발견된 장신구, 혹은 마법적 성질이 있다고 여겨지는 암석 등이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사기꾼들이 끼어들어 가짜 유물을 판매하기도 하며, 어떤 날에는 수십 마리의 낙타를 주고 산 물건이 사실은 아무 가치가 없는 돌덩어리였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요소들조차도 사막을 누비는 여행자들에게는 일종의 모험이자 낭만으로 여겨진다.
고요한 바다를 둘러싼 이야기들 중에는 잔혹한 설화나 도시괴담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전설이 ‘잔혹한 현자들’에 관한 것이다. 이들은 빛바랜 시대 말기, 최고 수준의 지식을 지녔지만, 결국 오만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대재앙을 불러온 인물들로 묘사된다.
전설에 따르면, 이 현자들은 고대의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태양의 빛을 무기화하고, 심지어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음향 장치를 만들어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한다. 그들은 왕국을 지배하기 위해 권력자들과 결탁했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도시가 황폐화되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수많은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정교한 기계장치가 우연히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학계에서는 잔혹한 현자들 이야기를 하나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인간이 어느 경지에 이르렀을 때,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구원될 수도, 멸망할 수도 있다는 교훈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사막과 고대 유적에 그토록 열광하는 걸까? 그것은 어쩌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자 하는 근본적 갈망, 혹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통찰을 그 속에서 발견하고 싶어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사막에 숨겨진 역사는 곧 인류의 기술과 예술, 그리고 종교와 철학이 함께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대한 실타래와도 같다. 그 실타래를 푸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진실과 직면하게 되고, 그것이 때로는 새로운 과학적 혁신과 문화적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학자들은 빛바랜 시대의 왕국들이 ‘빛의 힘’과 ‘그림자의 비밀’을 모두 탐구했다고 믿는다. 빛의 힘이란, 앞서 언급했듯이 태양의 에너지를 활용하거나 특수 광물로 빛을 집중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림자의 비밀은 여기에 대조적인 개념으로, 보이지 않는 영역 혹은 음지에서 일어나는 정체 불명의 기운을 다루는 기술에 관한 것이었다고 전한다. 빛이 곧 생명과 긍정을 뜻했다면, 그림자는 파괴와 부정을 상징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세상을 균형 있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일부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이해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사막의 유적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한다. 벽화 속 인물들은 빛과 그림자를 다루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문헌에는 ‘햇빛을 품은 돌’과 ‘달빛을 가둔 금속’ 등의 낯선 표현이 등장한다.
고요한 바다를 횡단하는 사람들은 때때로 모래 안개 너머로 보이는 일련의 거대한 실루엣을 목격했다고 증언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미라처럼 메마른 거인들의 조각상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사라진 궁전의 일부라고 한다. 너무도 거대한 탓에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는 그 형태조차 분간하기 어려우며, 모래 안개가 잠잠해지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 일쑤라고 한다.
이 미스터리한 실루엣은 종종 탐험가들의 전설로 남는다. 어떤 기록에 따르면, 그곳에 진입하면 흰색 대리석과 유리 재질로 만든 벽이 빛나고, 건물 내부에는 각종 아름다운 벽화와 황금 장식이 가득하다고 한다. 하지만 끝끝내 그 모습을 확인한 이는 극히 드물며, “이루지 못할 환영”처럼 남아 있다.
인근 마을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반신반의하며 “사막이 만들어 낸 신기루” 정도로 치부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사막은 전설과 신비로운 현상이 풍부하게 얽힌 공간이라는 점이다. 신기루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도 많은 이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환영을 봤다는 것이다.
오아시스 마을을 거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막은 단순히 위험하고 버려진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인연이 교차하는 거대한 무대일 수도 있다. 자주 마주치지 못하는 타인들이라도, 사막 한가운데서 조난을 당했을 때 만나게 되면 서로를 돕기 위해 손을 잡기 마련이다. 거기서 피어나는 동지애와 우정은 때로는 평생의 인연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안고 사막을 횡단한다. 어떤 이는 과거의 역사를 캐내기 위해, 어떤 이는 미래의 부를 찾아, 또 누군가는 삶의 전환점을 찾기 위해 떠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발자취가 때로는 우연히 겹치기도 하고, 서로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 교차점에서 비로소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난다.
그렇게 다양한 인연과 우연이 겹치는 사막 한복판에서, 때때로 완전히 동떨어진 현대 문화나 게임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예컨대 젊은 여행자들 중에는 저녁 모닥불을 둘러싸고, “최근에 신기하게도 불물게임을 스마트폰으로 해봤는데, 옛날 플래시 시절 생각이 났다”라며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도 있다. 서로 다른 세대가 모인 자리라면, 누군가는 그게 도대체 뭐냐고 되묻고, 또 누군가는 “아, 나도 한 번 해본 적 있는 것 같아”라고 맞장구치며 밤을 새우기도 하는 것이다. 광활한 사막이라는 고대와 신비의 공간에서도 이런 현대적인 작은 재미와 소통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의외로 꽤나 자연스럽다.
사람들은 고요한 바다의 잃어버린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현대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드론과 인공위성 이미지는 발굴팀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3D 프린팅 기술은 혹시나 부서진 유물을 보수하거나 복제해 보는 실험에 활용된다. 특히 사막 특유의 열과 빛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는데, 고대의 태양열 활용 방식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한편, 전통적 방식으로 유적을 해석하려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직접 사막을 누비며 만나는 모든 건축 잔해와 벽화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서 연구 노트를 만든다. 그리고 현지 주민들이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옛 이야기나 노래를 수집해, 고대 문명에 대한 거시적 통찰을 얻으려 한다. 이처럼 첨단 기술과 구전 문화, 그리고 고대 문헌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한데 뒤섞여서, 새로운 형태의 융합 연구가 펼쳐지는 중이다.
바야흐로 사막을 탐험하고 많은 곳을 돌아다닌 끝에, 한 모험가가 오아시스 마을에 돌아왔다. 그의 전설적인 여행기에는 신비로운 실루엣의 도시, 바람에 깎인 돌비석에서 들려오는 음악, 그리고 곳곳에서 마주친 발굴 현장의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 모험가는 단순한 여행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이 직접 목격한 유적과 사람들의 생활상을 엮어 더 큰 그림을 그려 내려 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중 인상적인 것은, “사막에서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 발만 내디디면 모래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린 왕국의 폐허가 나타나는가 하면, 다른 한 발만 내디디면 수레에 첨단 장비를 실은 현대인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의 상반된 흐름’이 만들어 내는 이질감이야말로 고요한 바다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이 모험가는 또한, 자신의 성과만을 자랑하는 대신 자기가 마주쳤던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소개하고자 했다. 발굴 현장에서 만난 고고학자, 지역 상인, 순례자, 무녀, 예술가, 사기꾼 등 다양한 인물들이 그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 고요한 바다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무서운 죽음의 땅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의 땅이었다.
사막이라 해서 전적으로 생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래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곤충들이 재빠르게 달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어두운 밤에는 귀가 긴 사막여우나 각종 야행성 동물들이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특히 오아시스 근처에는 작은 호수나 연못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 주변을 중심으로 야자수와 키가 낮은 관목류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희귀하게도, 사막 깊숙이 자리한 바위 틈에서는 열과 건조함에 극도로 강한 이끼나 선인장 계열의 식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들은 빛바랜 시대부터 서식해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부 학자는 “이 식물들이 고대 문명이 잃어버린 의약 기술의 비밀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한다.
물론 예측만큼 쉽사리 그 가치가 드러나진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우연한 발견이 세상을 뒤흔들기도 한다. 실제로, 학자들은 사막 식물의 엽록체 구조가 일반적인 식물과는 미묘하게 달라서, 극한 환경에서도 광합성을 아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를 응용하면 식량 생산기술에 큰 혁신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오아시스 마을 중 가장 큰 곳에서는 해마다 한 번, 사막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이 되면 주변의 소규모 마을뿐 아니라, 먼 도시에서까지도 구경꾼과 상인들이 몰려든다.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무리, 샤먼들이 주관하는 의식, 그리고 각종 공예품과 희귀한 상품을 파는 노점들이 즐비해진다. 마을 중앙에서는 노래와 춤이 끊이지 않으며, 밤에는 모닥불 주위로 사람들이 둘러앉아 자신이 직접 겪은 기이한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이 축제는 일종의 ‘공존’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요한 바다를 탐험하는 이들, 근처에서 순례를 하는 종교인들, 혹은 현대 문명을 그대로 이식해온 여행자들이 모두 한데 어우러진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겉모습 역시 천차만별이지만, 축제에서만큼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과거 왕국들의 전성기를 기리는 노래가 불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서 최신형 태블릿으로 사진을 찍어 바로 전 세계에 공유하기도 한다.
이 희한한 조화가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바로 이 축제다. 마을 사람들은 축제가 끝난 후에도 남아 있는 손님들을 환대하면서,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지 기대한다. 사막은 언제나 그렇듯, 그 자체로 거대한 비밀 상자와도 같으니까.
오늘날 학계와 여러 단체에서는 고요한 바다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 및 개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적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거나, 오아시스 마을의 물과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친환경적 농업 기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 등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일부 기업은 사막의 지하광물에 주목해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소규모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깨어질까 염려한다. “과연 어디까지 개발하고 어디서 멈춰야 할까?”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사막의 가치와 고대 왕국의 유산을 무조건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이곳에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역사와 과학, 그리고 예술적 가능성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꾸는 꿈은 이렇다: “고요한 바다라는 이름의 이 광활한 땅이, 언젠가 인류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고요한 바다에 관한 이야기들은 결코 한순간에 종결되지 않는다. 매년 발굴되는 새로운 유물과 연구 성과, 그리고 사막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은 늘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누군가는 이 공간을 무궁무진한 보물 창고로 바라보고, 또 누군가는 끝없는 미스터리로만 본다. 어떤 이에게 사막은 무자비한 죽음의 땅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다.
분명한 것은, 이 겉보기엔 황량하고 메마른 땅이 사실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예술 작품이라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일몰이 붉게 물들 때, 혹은 새벽 하늘이 파랗게 열릴 때, 사막 전체가 마치 숨을 고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 순간, 이 땅이 품고 있는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의 잠재력을 잠깐이라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고요한 바다는 과거와 현대, 전설과 과학, 그리고 인간의 무수한 감정과 인연이 교차하는 무대다. 여기서는 자칫 어울리지 않을 법해 보이는 것들이 어우러져 한 편의 장대한 서사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서사 속에는 아직 쓰이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의 여지가 남아 있다.
고요한 바다는 언뜻 보면 불모지에 가깝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역동적인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바람이 모래를 휘몰아치고, 지하의 물줄기가 오래된 신전과 폐허를 적시며, 현대의 첨단 기술이 그 폐허 위에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곳. 그 한가운데서 사람들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때로는 어떤 소박한 게임의 추억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 낸 이야기야말로, 고요한 바다가 지닌 가장 큰 보물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왕국과 전설적인 현자들, 미스터리한 실루엣의 도시, 사막 축제와 드론 발굴, 그리고 밤하늘 아래에서 나누는 작은 대화에 이르기까지—모든 것이 하나의 커다란 서사시가 된다.
언젠가 이 땅의 모든 비밀이 밝혀질 순간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고요한 바다는 수많은 이의 도전과 열망, 그리고 환희와 좌절을 담아내며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 황량한 사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축복이고, 동시에 달콤한 유혹이다.
아직도 이곳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지하 궁전과, 빛바랜 시대의 진정한 유산을 찾고자 떠나는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된다. 그리고 아마도 먼 훗날, 누군가는 바람에 깎인 돌벽에 손을 대며 이렇게 말하게 되지 않을까?
“모든 것이 사막 안에 있고, 사막은 모든 것을 품고 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지만, 고요한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여전히 황량하면서도 신비롭게 존재하며 또 다른 여행자를 맞이할 것이다.